다사다난한 주말일기

성경을 읽다가 가장 이해안되고 짜증나는 게 있다면 마리아,마르타이야기와 돌아온 탕자이야기다.

돌아온 탕자를 장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열을 받았을지 상상이 가지 않나?
자기는 죽도록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데 재산 반 뚝 갈라서 나간 막돼먹은 동생이 그 많던 재산  탕진하고 돌아오자 새옷에 반지를 끼워주고 죽었던 아들이 돌아왔다고 잔치준비를 시키다니...
성실하게 살아온 나는 뭐냐고, 나 그렇게 힘들게 일해도 수고했다며 돼지 한 마리 안 잡아주더니 동생은 재산 탕진하고 돌아온 게 그리 기특해서 잔치를 열어주냐고, 평생 이렇게 살아온 게 억울하다고 마구 악쓰며 대들 거 같다
물론 이건 나는 결코 탕자가 아니라는 오만에 근거한 의견이지만...

마리아와 마르타 이야기도 마찬가지...
언니인 마리아는 예수님과 사도들을 맞아 혹시나 부족함은 없을세라 집 안팎으로 분주히 다니는데 마리아는 예수님만 졸졸 따라다니며 나몰라라하고 있으니 마리아가 화가 나는 건 당연하지 않나?
마리아가 '예수님,마르타더러 저를 좀 도와주라고 말씀해주세요'하자 예수님의 답변은 '마르타는 좋은 몫을 택했다'
너는 너 혼자 힘든 일 계속하고 마르타는 신선놀음하게 놓아두라는 말씀으로 들린다면 내가 너무 배배 꼬인 것인가?

암튼 난 저런식의 얍삽한 인간들이 넘 싫다
난 예수님이 아니라구!!!!!

지난 토요일 시댁에 김장하러 갔다
친정에서 김장김치를 딤채가 꽉 차도록 가져와서 갈 필요가 없었지만 어쩌랴 가야지...
사실 넣어놓을 때도 없는데 그냥 일 도우러 갔다 
결혼하고 3개월 동안 주말마다 집들이에(총 6번 정도를  집에서 혼자 다 장만해서 치렀다), 명절에, 시댁식구들 생일에,시가 친척 결혼 그리고 내 세미나와 교육때문에  주말에 집에서 쉰 적이 한 번도 없다
토요일도 일하는 나는 이번 토요일이 간만에 휴무였는데 시어머님이 남편한테 전화를 하셨단다
김장하는데 오라고...
항생제와 진통제를 빈 속에 삼키고 얻어맞은 것처럼 아픈 몸을 이끌고 시댁으로 향했다.
동서네는 서방님이 몸살기가 있어서 못 온단다
어머님이랑 같이 사는 형님은 둘째아기 우유 먹인다고 1시에 들어가더니 점심도 안 드시고 5시까지 계속 잔다.
어머님 혼자 하시는게 안쓰러워서 설거지며 뒷처리하느라 혼자 종종거리며 뛰어다녔다
겨우 김장 마무리하고   점심 설거지 하고 났더니 네 살짜리 큰조카가 놀아달란다
두시부터 다섯시까지 세 시간 정도 동화책 읽어주고 놀아주었다
나 선천성 모성결핍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애들 무지무지 싫어한다
원래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직장에서 하도 애들한테(그리고 보호자들한테)시달리다 보니 애들이라면 아주 치가 떨린다-_-
게다가 온몸이 아프고 몽롱한 상태이니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조카 말 상대해주고 공룡동화책 같이 읽어주고..나중엔 속이 울렁거리더라.
암튼 다섯시쯤 형님이 일어나서 조카를 넘기고 어머님이랑 마트가서 보쌈용고기를 사다가 저녁준비 시작.
저녁먹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니 8시가 넘었다
형님은 설거지 안하고 앉아서 TV보고 있는 걸 보니 어찌나 화가 나던지...
아주버님네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게 아니라 얹혀 살고 있다
큰 평수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중도금 내느라 살던 집을 팔고 부모님 댁으로 들어온 것...
어머님 아버님이 아기들 다 봐주시고 가끔씩 부르는 아기봐주는 아주머니 드리는 돈도 당신들이 내신다
명절에 가서 놀란 것이 형님이 부엌에 안 들어가신다는거...'난 집안일에 취미가 없어서'란다
누군 취미로 집안일 하나?--
근데 문제는 시부모님이 너무 좋으셔서 그냥 내버려두신다는 거다 
지난 번 식구들이 같이 외식을 하는데 형님은 태연하게 밥을 먹고 아버님이 들째한테 우유를 먹이시는데 정말 뮈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다.   
그러더니 나더러 머리 좀 하란다.할때 지난 거 같다고...
자기는 동네 후줄근한데서 해도 다른 선생님들이 청담동에서 머리한 줄 안단다
결혼하고 직장에 집안일에 좀 바빠서 못했다고 했더니 '잠을 줄여서라도 머리를 해야지'한다. 
저는 누구처럼 시어머니가 차려주는 밥 먹고 다니는 거 아니거든요?
누구처럼 정확히 5시에 칼퇴근하는 사람도 아니고(형님은 초등학교 교사,난 정말 교사 특히 초등학교 교사가 싫다.울 엄마 만으로 족하다규T^T)  결혼하고 이제껏 아무리 힘들어도 신랑 아침 저녁 거르는 일 없이 다 집에서 밥 해 먹였다
심지어 야근하고 12시에 들어와도 새로 국끓여서 저녁 챙겨주며 살고 있는데(신랑이 이제 밖에서 밥먹기 싫단다) 집안일이라곤 자기 속옷빠는 게 다인 형님이 잠을 줄여서라도 머리는 해야 한단다
내가 초등학교 선생들 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 어찌나 그리 지당한 말씀들만 하시는지(자기는 예외다) 그리고 휙 던져놓고 시키는 거 아주 몸에 뱄다.
암튼 우리 먹을 김치 두 포기랑 서방님네 갖다 주라고 한 김치통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서방님네 김치 전달하고 돌아오니 12시가 다 됐더라   
힘들어 죽겠는데 그래도 고생했다며 어깨 주물러 주는 신랑이 있어 맘이 좀 풀렸다

그리고 일요일 
외사촌오빠가 결혼을 한단다.그래서 언니 될 사람도 볼겸 외가 식구들(이모내외분랑 외삼촌들,외숙모들이랑 사촌들) 다같이 모이기로 했다.
신랑이 볼일 보고 직접 약속장소로 오기로 해서 엄마가 픽업하러 왔는데 어제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서 좀 그랬다고 했더니
 "네가 미련하게 사는 거지 ,그런 사람은 평생 그러고 살아"하신다.
완전 빈정거리는 한 마디
엄마는 그리 생각 안하시겠지만 '그런 사람'에 엄마도 들어가거든?
엄마 이제껏 팔순이 넘은 외할머니가 담아주는 김치 먹고 시집오기 전엔 내가 집안일 왠만큼 다 했고 지금도 청소는 당연히 아버지가 하시고 물 한잔도 엄마 손으로 안 드시잖아
아버지는 이제껏 엄마한테 밥 차려내라 하신 적 한 번 없다
그냥 냉장고 뒤져서 엄마가 잊어버리고 찔끔찔끔 남겨놓은 반찬들 다 비벼서 드시거나(아버지는 이걸 청소용 식사라 부르심) 라면 끓여드신다 
반면 울 엄마는 소파에 누우면 절대 안 일어난다
'물 한잔 가져와라' 다 먹고 나면 누가 지나 갈 때  '물컵 가져다 놔라'완전 여왕님이 따로 없다
그러다 보니 난 초등학교1학년 때부터 내손으로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고 대학시절 자취도 했던지라 어지간한 요리는 다 왠만큼 흉내낼 줄 안다
다른 엄마들은 이런 거 할 줄 몰라도 시집가면 다 한다며 미리 안 시킨다는데 나는 여왕님이랑 살다보니 명절이랑 제사때면 엄마가 장봐서 던져놓는 일거리들이 다 내 일이었다.
집에서 구박받는 강아지 밖에 나가면 발길질 당한다고 집에서부터 엄마가 날 그렇게 대해놓고 나더러 미련하단다.
홧김에 집에서도 그리 살았으니 시집와서도 그렇게 사는거죠 했다.
엄마가 네가 시집가기 전에 한게 뭐 있냐고 하더라 
내가 사드린 밍크코트에 내가 사드린 가방을 들고...
난 때로 내가 고아였으면 좋겠다....
외삼촌들이 주시는 술을 다 받아마신 탓에 주량이 맥주 한 잔인 신랑이 인사불성이 되었다
차에 태워서 오는데 집에 다 와서 차에다 먹은 거 확인T^T
새로 산 내 코트와 아끼는 루이비통 록스부리에도 토사물이...엉엉...
신랑 부축해서 집으로 들어가 옷 벗기고 씻겨서 재워놓고, 옷 행궈서 세탁기 돌리고,차에 가서 깔개 가져다가 토사물 버리고 빨아서 널어놓고,신랑 구두 닦아놓고(참 여기저기 알뜰하게도 토해놨다--), 담날 아침에 먹일 황태해장국까지 끓여놓고 나니 새벽 2시가 넘었다
목 마르대서 배즙 한 컵 먹이고 겨우 잠들었다.  

월요일
신랑을 깨워서 해장국을 먹였다 
도저히 출근 못하겠단다
눕혀놓고 나는 출근해서 정신없는 월요일을 보내고 퇴근 때가 되었는데 신랑이 배가 아프단다
죽 끓일 거리를 사서 퇴근하고 보니 점심에 라면 끓여먹고 아이스크림을 두 개나 먹었더군(우리 신랑은 뭐 먹고 어디서 어디로 움직였는지 항상 증거를 남긴다능...)...그러니 배가 아프지,서방님아!!!  
근데 내 상태가 심상치 않다
장볼때부터 어질어징 메슥메슥하더니 열이 오르기 시작하는데 정말 절절 끓는다
결국 새벽 4시까지 열에 들떠서 잠을 못잤다 
신랑은 얼음물에 담근 수건으로 닦아주느라 못자고...고마워 신랑...
겨우 한 시간 반 정도 자고 5시 반에 일어나 결국엔 항생제랑 진통제,해열제를 먹고 아침준비해서 신랑만 먹이고 빈 속으로 출근했다.
사는 게 이리 힘들어도 그래도 나를 원하는 직장과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고 무엇보다 밤새 나를 간호해주는 남편이 있어 사는게 그리 힘들지는 않네...  
 

by 깡패병아리 | 2008/12/03 11:26 | 트랙백(1) | 덧글(2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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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racked from blogring.org at 2008/12/16 12:32

제목 : 코트록스-으로 이어질 블로그링
코트록스-에 관한블로그를 요약한 것입니다....more

Commented at 2008/12/04 01:25
비공개 덧글입니다.
Commented by 깡패병아리 at 2008/12/04 11:08
빈틈님,고맙습니다 엉엉T^T
그 선을 지킨다는 게 전 항상 힘들어서요.
해봤자 소용 없다는 거 알면서도 언제나 무리해서 저만 죽어난다능...
그나마 신랑이 옆에서 말려주니 다행이죠.
친정엄마가 젤 속 썩이는 와중에 믿을 거 신랑밖에 없네요(글타고 넘 믿어도 안되겠지만)
암튼 인간관계 완급 조절이 제일 어려운 듯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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